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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 가문을 있게 해준 플래그쉽
#Richebourg
내가 가장 많이 접했던 버건디 그랑크뤼밭 중 하나인 리쉬부르. 그로프레레는 03, 06, 10, 11, 14를 경험해보았다. 이날 만난 보틀 상태가 특히 좋았는데 함께 비교시음한 로크의 끌로드부조가 호불호가 있을 것이고 취향을 많이 탈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그로프레레의 리쉬부르는 훨씬 더 편하고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뻔한 와인이기도 하단 얘기. 보통 이런와인들은 맛이 있어도 감동이 없는데 딱 그렇다. 돈이 안아까우려면 정말 맛이 있어야 하는데 오늘 시음한 2011빈이 훌륭해 다행이었다. 왜 아무래도 조미료 팍팍친 것 같은데 맛있어서 뭐라고 못하고 잘 먹고 신나게 나오는 설렁탕집 같달까? 코에서는 레드베리 계통의 붉은과실이 가득 펼쳐진다. 알맹이는 작지만 아주 달콤한 장미가 만발이구나. 약빈이라 그런지 아니면 앞서 시음한 로크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빈티지에 비해서 스파이시하고 스모키한 노트는 덜하고 대신 우디한 뉘앙쓰가 강렬하다. 입에서는 제법 타닌이 녹아들어있고 질감이 부드럽다. 마시기 딱 좋은 느낌인데 과실감과 미네랄리티가 훌륭해 굴리는 재미도 주더라. 피니시도 길고 근사하다. 그로의 와인들은 우리가 맘속에 품고있는 따스하고 밝은 본로마네보다는 약간은 도회적이고 차가운풍이 대부분이다. 이날은 장미 뒤로 덧입혀진 우디 뉘앙쓰 덕분에 더 그렇게 느낀 것 같다. 거진 코와 입에서 예상했던 그대로의 와인으로 묵직한 한방이 있지는 않았지만 이게 버건디 그랑크뤼다 할법한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시음글라스: 지허 비전 해외평균가: 618불(2011빈) 구매적정가: 90만원 총평: 위들로노엘라와 안그로가 두끗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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