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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Data Composition» 지금으로부터 아주 멀리 - 시작하는 즈음에 나를 강하게 사로잡은 생각은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그 언젠가의 시간, 소멸의 방식과 성질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스스로의 소멸과 세계의 종말, 이런 것들이 언제나 나의 끄트머리를 물 들이고 있었죠. 알고 있는 지식수준의 한계 안에서 위태롭게 상상을 거듭하는 유년의 나는 항상 같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왕 마주해야 하는 시간이 온다면 그 방식은 완전히 사라지는, 애초부터 아무것도 아닌 깨끗한 소멸이라면 좋겠다고. 나로서 출발하던 최초의 순간을 기억한다면 믿어주시겠어요? 최초의 순간은 이렇게 왔습니다. 어느 날 저녁, 나는 누군가의 권유로 나를 위해 마련된 책상에 앉아 투박하게 깎인 연필로 제법 큰 종이에 그날 있었던 나의 하루를 그렸습니다. 무엇을 하고 누구를 만나고 그리고 오늘은 무슨 요일 인지를 꼼꼼히 기록했죠. 기록은, 소멸하지 않을 최초의 나를 자각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모든 것이 시작되 었습니다. 나의 하루를 그리다가 써 내려가는 것을 지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록에 필요한 모든 방식을 습득하기 시작했습니 다. 단순히 기록만을 위해서 이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의도와 조금 다르게 나를 여기저기 흩뿌 려 놓았던 것은 소멸을 상상하던 나로부터 멀리 왔죠. 나의 일부를 조금씩 기록에서 찾아내는 것은 충분한 의도를 가지거나, 가지지 않더라도 이제는 당연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아주 짧은 주기의 큰 변화를 능숙하고 재빠르게 내 것으로 만들어내야 하는 세대에 속해 있습니다. 변화 뒤 에 따라오는 또 다른 변화에 녹초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계속 벼려두어야 하는 것도 충분히 차고 넘치는 대단한 일인데 그 이상 나아가는 것에도 주눅 들지 않죠. 불멸의 존재로 남는 것이 과거의 사람이 가진 꿈이었다면, 현재의 우리들은 꿈꾸지 않아도 너무나 당연한 - 소멸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시간 기록의 증명입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 시간은 우리가 속한 세계의 기록으로, 우리는 그 일부로써, 그 자신으로서 함께합니다. #한명의관객이들려주는이야기 #datacomposition - @data.composition @graycode.jiiiiin @sejongmuseum